휘휘 개인전 «사진소설2»
2023.07.28 - 08.11
왜 이렇게 비겁하게 작업을 해왔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꿈에서나 미워하는 것을 향해 총을 쏠 줄 알지, 현실 세계에서는 소극적인 자세로 현장에서 사진만 찍고 빠질 뿐이었다. 카메라 대신 피켓을 들 때면 조용히, 튀지 않게 최대한 몸을 굽혔다. 그렇게 살게 된 이유는 뭘까. 앞서지 못하고 뒤에서 조용히 화를 삭히며 이런 글과 사진을 찍어온 이유가 있을까. 선조들 탓으로 그 핑계를 돌리며 잘도 살아왔다. 조용히 하라는 것. 어디 가서 그런 말 하지 말라는 것, 가족이, 어른들이 내게 그래서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살았다. 누군가는 내 이름이 온갖 '특권적인' 이름이 합류하는 곳이라 말했다. 증인, 당사자, 생존자, 활동가, 선주민・・・ . 난 그 무엇이 되지 않아도 좋으니 작업 소재로 이 지긋지긋한 비극을 그만 갖다 쓰고 싶다.
뭐가 그리 특권처럼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난 내가 도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정이 뚝뚝 떨어지는 그곳에 아직도 자꾸만 소설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얼마 전 우리 집 돌담을 공사 차량이 무너트렸다. 버틴다고 버텨지는 일이 아닌 이 난개발은 점점 나의 목을 졸라온다. 이제 곧 동부지역의 원형과 역사의 흔적은 보기 힘들어질 것이다. 눈앞에 있는 소중한 것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라질 것이라는 공포는, 마치 죽음을 기다리는 것과 닮았다. 내일이면 생이 끝나고, 기억이 끝나는 것처럼, 가장 힘이 센 눈앞의 펼쳐진 물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무리 사진으로 그 풍경들을 남겨도 무기력을 남겨준다.
그럼에도 사진을 찍고 글을 다듬으며 이곳의 사람들이 내게 준 희망의 몸짓을 떠올렸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상상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의 말을 기억하며 글을 쓰고 사진을 편집했다. 우리의 이러한 몸짓들은 무기도, 아름다움도 되지는 않지만, 살아있는 생을 멈추지 않는, 일상에서 보이는 평화의 몸짓들임은 분명하다. 내게 사진은, 내 사진은 지금 이곳, 가족, 공동체, 내가 있고, 내가 속한 장소, 그 속에 묻힌 시간들을 기념한다. 무언가를 잊지 않고 오랫동안 마음에 간직하는 내 몸짓을 사진과 글에 담았다.
두 번째 같은 제목으로 전시를 하고 소설을 쓰며 세 번째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향의 변해가는 모습의 사진을 2011년부터 찍어왔지만, 더 긴 호흡으로 이 삶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다. 싸움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 언저리에 조마조마하게 있는 작은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을 더 써 내려갈 것 같다. ■휘휘















함께 만든 사람들
작가: 휘휘
기획: 휘휘
글: 휘휘
촬영: 백승현 / 휘휘
포스터디자인: 휘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