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하 개인전 Ian Ha Solo Exhibition
«더 언캐니 The Uncanny»
2022. 07. 12 - 07. 24
래빗앤타이거 갤러리는 첫번째 프로젝트로 이안 하(Ian Ha, 하승현) 작가의 개인전 «더 언캐니 The Uncanny »를 소개합니다.
이 전시는 이안 하 작가가 미술대학을 졸업한 이후 가지는 첫 개인전으로, 작년 졸업전시에서 선보인 작품들과 더불어 올해까지 새롭게 작업한 최근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말로 ‘낯선 것들’을 의미하는 전시 제목 «더 언캐니 »는 이안 하 작가의 작품 전반을 관통하고 있는 핵심적인 주제입니다. 이안 하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이나 곤충, 식물, 풍경 등의 평범한 소재들을 낯선 것들로 보이게 하는 방식을 탐구합니다. 예를 들어, 그의 작품에서는 하나의 소실점으로 수렴되는 전통적인 원근법의 회화 방식을 여러 시점으로 변칙시키거나, 콜라주 방식을 회화적으로 변용하거나, 판화를 그림 안 혹은 밖에 배치하는 등 단일한 평면을 다층적이고, 다면적으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집니다. 이것은 관람자로 하여금 그림 안의 공간을 적극적으로 떠돌아다니게 하며, 변칙과 변용 사이의 공간에서 발생하는 또 다른 낯선 환상의 공간을 발견하게 합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팬데믹으로 인해 가상 공간의 전시나 디지털 아트처럼 스크린을 통한 경험이 실제적 경험을 대신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그러한 미술이 늘어가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는 “어떻게 평면 미술(회화)이 시대 흐름에 맞춰 설득력 있게 표현될 수 있을까”[1]라는 고민을 하고, ‘회화’라는 매체가 표현 할 수 있는 고유한 방식을 ‘표면’을 다르게 나타내는 재료들을 활용하여 모색합니다. 그는 디지털의 스크린에서 어떤 것이든 매끄럽게 구현되는 방식과는 대조적으로, 아교칠을 하고, 분채를 빻아 색채를 입히고, 칼로 나무판을 파서 판화를 만들어 찍어내고, 석회 반죽을 쌓아 프레스코를 제작하는 등 관람자가 표면을 직접 경험했을 때, 그 시각적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방식을 연출합니다. 이러한 낯선 것들에 대한 표현 탐구를 평면 ‘회화’라는 전통적 매체를 통해 수행하는 점은 하승현 작가의 작품 세계에서 또 다른 중요한 지점입니다.
[1] 작가 노트 발췌








그를 번역할 수 있다면 뜨거운 여름이다 -
전시 《이안 하: 더 언캐니》(Ian Ha: The Uncanny)에 보내는 글
백필균(@piak.philgyun)
이안 하(Ian Ha)는 젊은 시절 한 가운데를 통과하고 있다. 유년 시절을 북미에서 보낸 그가 한국에서 회화로 옮긴 이미지는 그 먼 거리와 긴 시차를 기억하는 한 사람의 세계이다. 한때 현재였을 것은 과거로 물러나지만, 회화는 그것을 미래로 불러낸다. 이미지는 끊임없이 ‘전진’한다. 그의 기억에서 이양한 사물들에 기존 맥락을 해제하고 또 다른 체계를 드러내는 회화는 이안에게 대상을 낯설게 보는 방법이다. 그는 있었던 곳과 있을 곳, 실제와 가상, 폐쇄와 확장 사이의 감각을 주목한다. 이동과 변화를 기억하는 단서로서의 감각은 이안의 회화에서 노스탤지어가 현실과 마주해 발화하는 조건이다. 그는 낯선 세계를 여행한다.
이안이 특유의 레트로 감성으로 자기 유년시절 이미지를 게워내는 작업 가운데 〈작별〉(Farewell, 2021)은 한반도 서해 모래사장과 북미 계곡 바닷가재를 두 판에 포개어 한 공간으로 잇는다. 또 다른 작업 〈플로라〉(Flora, 2021)에서는 큰 잎들과 얇은 기둥 하나로 이뤄진 식물이 스포트라이트와 천체의 빛 사이에 서있다. 두 작업은 공통적으로 특정한 그림이 판화기법으로 등장한다. 판화에서 한 소실점으로 달려가는 사람의 뒷모습과 주변 풍경은 바깥에서 해변 조약돌에 담기는 밤하늘의 별빛, 그리고 어느 지하로 향하는 계단과 광활한 지평선 등 전체 화면에 또 다른 요소와 조응한다. 한 연작에서 동일한 형태를 반복하는 판화는 작업의 주제의식을 나타내는 기호로, 혹은 제각각 알레고리를 구체화하는 개별 장치로 작동한다. 여기서 판화와 그 외부는 서로에게 기술로서 차별적이나 기호로서 연계적이다. 이안의 회화는 또 다른 차원과 이어진 출입구로서의 그림 조각 여럿이 모인 하나다. 대쉬보드에 스크래블 조각은 밤하늘에서 스포이트로 추출한 색을 입는다. 나뭇가지는 십자가로, 십자가는 나뭇가지로 변신한다. 〈테일러드 브롱코〉(Tailored Bronco, 2021)에서 덱스터 달우드(Dexter Dalwood)의 회화를, 〈위로〉(Consolution, 2021)에서 찰스 쉴러(Charles Sheer)의 회화 일부를 차용하는 설정은 이안이 오마주하는 대상 세계에 접속하며 그가 연구하는 작업 주제를 암시한다. 전체는 부분에게 확장이다. 회화에서 개별 기준에 따라 분할된 화면 부위는 또 다른 차원으로 향하는 ‘그림 속 그림’이다. 판화와 그 외부, 큰 패널과 작은 패널 구성. ‘그림 속 그림’은 화면을 분할하는 조형 너머 작가 스스로 예술적 자아를 되새기는 동시에 ‘여행’ 방향을 되묻는 주문이다. 그 의식은 주제와 연결되고 ‘낯섦’과 마주한다.
이안 하의 회화는 전체 공간이 비교적 큰 기준에서 이분할로 나뉘며, 그 역할을 하는 사물이 경계에 등장하는 또 다른 특징을 보인다. 〈테일러드 브롱코〉에서 차 앞좌석 천장시트가 거칠게 찢긴 차 내부는 차창 밖 평온한 풍경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위로〉에서 탁자 아래 평평한 카펫은 탁자 위 여러 사물이 겹친 공간 구성과 상반되고, 〈블루 블로썸〉(Blue Blossom, 2022)에서 나무 좌우에 '떠나는 낮'과 '머무는 밤'은 서로에게 대비적인 회화공간이다. 화면에서 개별 형태는 다시점으로 등장하고 여러 관람시선에 상응한다. 차, 탁자, 나무는 이안의 공간에 질서를 세우는 사물들이자 어느 경계에 선 작자를 환유한다.
또 다른 세계, 이안 하가 조직하는 시간의 흔적은 오늘날 특정한 이미지를 모색하는 회화다. 일상과 비일상이 결합하는 추동력으로 그의 회화는 유년시절 기억과 미디어에 구체적 이미지를 호출해 사막 오아시스 수면에 투영한다. 과거 볼 수 없었던 ‘낯선’ 이미지, 그것을 전시하는 이안 하는 세계를 낯설게 보는 그의 젊음, 감각과 자세를 견지하며 여행한다. 그를 번역할 수 있다면 뜨거운 여름이다. 그의 회화에 찬란한 빛들은 여름에 녹을 눈이기에.
(2022.7.12.)
https://docs.google.com/document/d/1OxDcwetYsRrmg8y55UoONTQ_y2y2S14GvPIoOPAXO2Y/mobilebasic
함께 만든 사람들
작가: 이안 하
기획: 백승현
서문: 이채원
비평: 백필균
촬영: 백승현
인터뷰촬영: 노승표
포스터디자인: 최효원